2023년 2월 8일 한국에서 구조되어 머나먼 미국땅 동부까지 날아온 지 딱 일주일만에 우리집에 얼떨결에 입양되어 온 룩(Rook)입니다.
왜 얼떨결이냐면 개를 한 마리만 입양하기로 하고 버러스 사진만 보고 임시보호자님댁에 갔는데 버러스 옆에 룩이 앉아 있었거든요. 버러스랑 같은 구조단체에서 구조가 되어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, 아직 입양이 안 되었다고 하셨어요. 왜 그랬나 구조된 유기-학대견들이 함께 지내는 보호소에서 버러스랑 룩이만 유독 다른개들한테 공격을 많이 받아서 위험해서 버러스랑 룩이의 입양을 먼저 진행하게 되셨다 하더라고요. (한국 유기견/학대견 구조단체 봉사자님들 정말 수고가 많으십니다!!! ㅠㅠ)
그 얘기를 듣고 차마 버러스만 데리고 오기가 마음이 그러해서 남편이랑 룩도 함께 입양해서 같이 키우자고 결정을 했는데,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얼마나 잘 한 일인지 모르겠어요.

한국에서 인기 전혀 없고 입양이 안 될 견종이라 해외입양길에 올랐는데요, 어딜 봐서 인기가 없을 몽타주인가요?! 너무 멋쟁이 신사 아닙니까?!
어느 공사장에서 쇳줄에 묶여 밖에서 평생 지냈다고 하는데 이 먼 미국땅 낯선집까지 와서 잘 적응해주고, 잘 먹고, 잘 자고, 산책 잘 다니고, 뒷뜰에서 뛰뛰도 잘 해줘서 얼마나 대견한지 몰라요.
처음부터 엄청 늠름한 듯, 무심한 듯, 조용조용 조심스럽길래 그냥 어마무지 얌전한 멍뭉인가보다 했는데 우리집에 온 지 한 달여 만에 알게 된 사실은 눈이 전혀 안 보인다는 것 (그래서 어딜 가나 엄청 조심조심요), 안아주면 좋아한다는 것 (안아주려고 하면 엄청 파고 드는데 안기는 걸 좋아하는 멍뭉이라니 너무 신기하고 예뻐요!), 팔다리 마사지를 엄청 시원해 하고 (멈추면 코로 툭툭 칩니다), 기분이 좋으면 이렇게 활-짝 웃어요. 그야말로 우헤헤 웃는데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르겠어요.

역시나 룩도 나이가 2살은 안 넘었다고 하셔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여기 와서 확인한 바는 룩도 (눈이 안 보이는 것, 치아랑 관절 상태 등을 감안하면) 최소 6-8살이라고 하네요. (룩이랑 버러스 안부차원에서 연락을 주셨던 유기단체 봉사자분께서 제가 “룩이가 알고보니 눈이 안 보인다” “눈이 안 보여도 잘 지내고 있다”고 소식을 전하니 갑자기 너무 미안해하시고 당황해하시며 “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으시냐” “혹시 그럼 어떻게 하고 싶으시냐”고 재차 물으시길래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를 못 했는데 알고 보니 룩이를 파양할 거냐고 물어보신 거였더라고요. ㅠ 워낙 파양사유도 각각인데다 눈이 안 보이는 개는 더더군다나 환영을 못 받는 터라며 저희도 역시 룩이를 파양하고 싶어할 줄 아셨다고… ㅠㅠ 아이고 룩이 사연 진짜 너무 딱하죠! 믹스견이라고 입양될 확률 적고, 게다가 눈이 안 보이면 입양이 안 되었을 거라니… )
룩이랑 저희가족이랑 인연이 닿은게 얼마나 기적 같고 감사한 지 몰라요. 앞으로 어디 더 아프지만 말고 잘, 행복하게, 많이 많이 웃고 지내길 바랄 뿐입니다.
룩이야, 우리 앞으로도 쭉 잘 지내자! 아빠랑 엄마랑 형님아랑 잘 해줄게!!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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